나, 정신과에 가야 하나?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처음으로 문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응어리졌던 감정이 조금씩 해소되는 듯했다. 반면, 현재의 증상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우울감과 자책에 시달렸다. 툭하면 눈물이 났다.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없이 무기력해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사실 심리 ...
*트리거 워닝: 가정폭력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당신의 감정이 아닌 나의 감정 심리 상담을 받으며 몇몇 변화가 생겼다. 많은 것이 정리되었지만, 또 많은 것이 떠올랐다. 상담을 받으며 가족과 유년시절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서였다. 애써 덮어놓은 천을 들춰내니 과거의 다른 기억과 격렬한 감정이 연쇄적으로 밀려들었다.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어떻게 대해야 할...
외국어고등학교가 남긴 열등감 학창 시절 흔히 말하는 모범생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도 나왔다. 어른들은 명문대에 가면 인생이 다 잘 풀릴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입시를 지나 내가 가장 확실히 얻은 건 마음의 병이다. 공부가 재밌던 건 절대 아니었다. 그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었다. 성적을 잘 받아오면 엄마는 나를 매우 칭찬해 주었다. ...
그 누구에게, 그 어떤 순간에도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내 감정은 언제나 후순위였다. 상대방의 기분이 내 기분보다 중요했다. 상대를 실망시키면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나를 떠나버릴까 봐 두려웠다. 인간관계에 쓰는 에너지가 높았다. 관계를 이어가는 게 어려웠다. 사람을 더 피하게 됐다.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사실 그러고 있는 줄도 몰랐다. 지난 심리상담...
*트리거 워닝: 가정폭력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부모와 불안정한 가정 내가 의식이 있던 때부터, 이미 엄마와 아빠 간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둘은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마치 한 집 안에 서로가 존재하지 않길 바라는 듯했다. 어쩌면 그 시작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엄마의 집은 유복하지 않았다. 엄...
*트리거 워닝: 가정폭력, 성폭력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영혼을 보는 신묘한 리아 대학교 졸업 전 한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 거기서 리아라는 닉네임의 동료를 만났다. 리아는 이전에 해외에서 요가를 배워 강사 자격증이 있었다. 한 번은 요가 원데이 수업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몸이 아주 개운해져서 끝나고 거의 잠에 들 뻔했다. 리아의 눈은 옅은 갈색...
졸업 후,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 2020년 8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아직 취업처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이름도 있으니 어디든 가겠지. 사실 이전에 인턴 했던 곳은 번아웃이 와서 쫓기듯 그만뒀었다. 근데 거기는 사수가 이상한 사람이었으니까. 몇 개 넣은 지원서도 불합격이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나를 알아봐 줄 곳을 못 찾은 거겠지.일단은 ...
만성우울증 환자. 치료 경력 3년 차. 생각보다는 잘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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